아마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열받고 어이없는 글이 될 듯 합니다.

출근길 버스에 좌석이 없어서 서서 가고 있었는데,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는 수상한 40대의 남자가 눈에 띄였습니다. 주의를 유난히 의식하면서 건너편 좌석의 여자 승객을 계속 힐끔힐끔 처다보는 모습이 계속 눈에 거슬려 건너편 여자 승객을 봤더니 짧은 미니스커트에 망사로 보여지는 검정색의 긴팔 스웨터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승객이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만지작 거리더군요. 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순간 작은 소리의 카메라 셔터 음이 연속적으로 들리는 것이 었습니다. 북적되는 출근길 버스에서 이 소리는 그냥 묻히기 쉬웠지만 그 남자 승객과 같은 모델의 핸드폰(-샤인 폰)을 사용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 소리가 핸드폰의 카메라 셔터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수상한 남자승객을 힐끔 봤더니 한손으로 신문을 보는척 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건너편 여자 승객쪽으로 향하게 한 후 몰래 연사로 찍고 있더군요 ㅡㅡ; . 그러더니 바로 핸드폰을 열어서 고스톱 게임화면으로 들어갔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처음에 그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었습니다. 핸드폰으로 고스톱게임을 하다가 잠깐 신문을 정리하면서 우연히 취해진 자세라고 생각했더랬죠.

그런데 잠시 후 카메라 셔터음이 또 나는것이었습니다. 다시 쳐다보니 여전히 그 자세로(한손으로 신문을 잡고 다른손으로 핸드폰을 잡은…), 핸드폰의 카메라 촬영버튼 (휠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후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는지 신문으로 화면을 교모히 가리더군요.

순간 “지금 머하시는 겁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찍은 사진을 직접 본것이 아니기에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핸드폰을 빼앗아서 확인할 수도 없고…열받더군요. 아니, 같은 남자로서 수치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결국 직접 말을 하는 방법 대신, 최소한 촬영은 하지 못해야겠다는 생각에 두어발짝 자리를 옮겨 그 남자승객 옆에 서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멀 쳐다보쇼?” 라고 물으면 “멀 쳐다보는지는 스스로 잘 아실텐데요?”라고 답변을 하기로 맘먹고 그 남자를 계속 째려봤지만 그 남자승객은 핸드폰으로 고스톱 게임에 열중하더군요. 태연히도…

버스에 내려서 사무실로 걸어오는 내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직접 말을하고, 그 핸드폰에서 촬영한 사진을 지웠어야 했던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더군요.
오전에 이런 이야기를 아는 여자후배한테 했더니 버스나 지하철에 그런사람도 있지만 교모히 계속 달라붙는 그런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직접 손을대고 만지는것이 아니라서 만원인 지하철과 버스안에서 머라고 직접 말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다고 하네요.

이런 어이없는 현실을 담담하게 말하는 여자후배의 말에 제 마음이 답답해져 옵니다.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의 문화성에 대한 저의 믿음이 무너진 출근길이었고, 같은 남자로서 고개를 들지 못할정도로 수치스러웠던 출근길이었습니다.

제발 이러지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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